• [새설] 피혐(避嫌), 옛사람들이 이미 답해둔 질문
    • 강석주 시장 배우자 인사 논란, 800년 전 주희는 이미 답을 내놓았다
    • 주희는 《논어집주》에서 공자의 한 가지 처신을 두고 벌어진 논쟁을 정리하며 이렇게 못 박았다. "무릇 사람이 혐의를 피하려 하는 것은 모두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인은 스스로 지극히 공정한데 어찌 다시 혐의를 피하겠는가." 공자가 자기 딸보다 조카딸을 더 나은 자리로 시집보낸 일을 두고, 형보다 자신을 우대했다는 오해를 피하려 일부러 그렇게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자 내놓은 답이었다. 이 구절은 이후 《근사록》에도 실려, 공직에 나서는 이들이 마땅히 새겨야 할 교양의 일부가 됐다.

      다만 주희의 논의를 끝까지 따라가 보면, 이 말이 "떳떳하면 아무렇게나 처신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정작 주희 본인은 관직에 나설 때마다 인척이나 학문적 인연이 있는 이가 같은 관청에 있으면, 스스로 자리를 옮겨달라고 조정에 청했다. 마음이 지공(至公)하다는 확신과, 그 확신을 남에게 검증받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학자들은 피혐을 개인의 도덕적 자신감이 아니라, 사적 관계가 공적 시스템을 흔들 가능성 자체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로 다뤄왔다. 이들이 훗날 등장할 법한 "배우자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식의 반론을 미리 만들어두지 않은 것도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그 논리가 얼마나 손쉽게 피혐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지를, 굳이 시험해보지 않고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전북지사와 전주시장의 배우자가 각각 소속 지자체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이해충돌 논란이 이는 사안도, 결국 이 오래된 질문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두 배우자는 논란이 계속되자 각각 교류 파견과 타 지자체 전출을 신청했다. 다만 이 조치가 피혐의 취지를 실제로 충족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같은 광역·기초자치단체 생활권 안에서의 전출이 인사권자 배우자라는 사실 자체가 만드는 압박감을 얼마나 덜어낼 수 있을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다만 적어도 그 정도의 문제의식은 있었다는 점은 짚어둘 만하다.

      통영시의 사정은 이런 문제의식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강석주 시장의 민선 9기 첫 승진 인사를 두고, 시장 배우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나란히 승진 명단에 올랐다는 전언이 시청 안팎에서 나온다. 격무 부서에서 성과로 검증받아온 실무자는 이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린다. 아직은 전언이고 의혹이다.

      이 사안에는 두 층위의 문제가 겹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는 시장 배우자의 인적 네트워크가 실제로 인사에 작용했는가라는, 지금까지 다뤄온 의혹이다. 다른 하나는 그와 별개로, 시장의 배우자가 같은 시청에 재직하는 것 자체가 만드는 문제다. 그 배우자는 시장의 인사권 아래 있는 공무원이면서, 동시에 시청 내 다른 공무원들에게는 최고 인사권자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을 다른 직원과 똑같이 편하게 대하고, 필요하면 싫은 소리도 하고, 업무 지시도 거리낌 없이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시청 안에 몇이나 될까.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어 보인다. 설령 시장 본인이나 배우자가 실제로 어떤 부당한 영향력도 행사한 적이 없다 해도,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조직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직원들은 알아서 몸을 사리고, 알아서 줄을 서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강 시장은 출마 당시 "투명한 인사, 공정한 행정으로 통영의 미래를 밝히겠다"고 했다. 그 약속과 지금 도는 전언 사이의 거리는 각자 판단할 몫이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둘 만하다. 이런 인사가 실제로 있었다면, 그로 인해 어떤 의혹의 시선이 뒤따를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이다. 예상되는 의혹을 감수하고도 그 일을 결행했다면, 그 판단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옛 유학자들이 피혐을 중요하게 다룬 이유는 간단하다. 사적 관계는 아무리 선의로 포장돼도, 그리고 아무리 그럴듯한 반론이 뒤따르더라도, 공적 시스템의 신뢰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답을 다시 확인하는 데 굳이 새로운 이론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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