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엔날레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강석주 후보가 이번에는 '무가선 관광형 트램'을 꺼내 들었다. 이름부터 미래적이고, 어감도 산뜻하다. 전선 없이 달리는 친환경 노면전차라니, 어느 도시에 사는 사람인들 한 번쯤 귀가 솔깃해지지 않겠는가. 필자도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이 공약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보고 싶다. 혹시 틀린 것이 있다면 무지를 일깨워 주시기 바란다.
무가선 트램의 매력은 분명하다
무가선 저상 트램은 대용량 배터리를 주동력으로 삼아 하늘 위 전선 없이 달리는 100% 저상 노면 경전철이다. 배기가스가 없으니 친환경적이고, 지하철이나 경전철에 비해 공사비가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의 낡은 도시들이 오래된 골목 사이로 트램을 부드럽게 굴리는 장면은 누구나 한 번쯤 인상 깊게 보았을 것이다. 승객 입장에서는 낮은 바닥 덕분에 노약자와 장애인도 타고 내리기가 훨씬 수월하다. 관광 도시라면 도시 경관과 어우러지는 그림도 기대할 수 있다. 공약집의 맨 앞장에 올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매력적인 교통수단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문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트램이 달리려면 전용 레일이 필요하고, 그 레일이 차지하는 차선 하나는 나머지 차량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도로 폭이 넉넉한 도시라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왕복 4차로보다 넓은 도로를 찾기 어려운 도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램 전용 차선을 내어주는 순간 나머지 차선에는 기존의 차량들이 더 좁게 몰리고, 교차로마다 신호 체계를 새로 짜야 하며, 교통 흐름은 지금보다 복잡해진다.
비용 문제도 있다. 건설비가 지하철보다 저렴하다는 말은 맞지만, 그 저렴함도 상대적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실증노선 사업 자료에 따르면 1킬로미터 남짓한 단거리 노선 구축에도 100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산정된다. 실제 도시 교통망을 구성할 만한 노선이라면 투입 예산은 그것보다 훨씬 크다. 여기에 차량 구입, 정거장 조성, 유지보수, 운영 인력 비용이 따로 붙는다. '지하철보다 싸다'는 말이 '저렴하다'는 말과 같지 않다.
통영의 지형 앞에서 다시 한 번
이제 통영으로 돌아오자. 통영은 아름다운 도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의 상당 부분은 바다와 섬, 그리고 구불구불한 언덕에서 비롯된다. 시가지의 도로는 대체로 좁고 굴곡지며, 인접 도서의 인구를 모두 합산해도 12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소도시다. 트램이 효과를 발휘하는 전제 조건 중 하나는 수요가 충분한 일정 수준 이상의 인구 밀도와, 그 수요를 흡수할 만큼 길고 직선에 가까운 노선이다. 통영에서 트램 전용 레일을 깔 수 있는 노선이 어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영의 교통 문제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용남면과 원도심 사이의 연결 문제다. 현재 죽림신도시가 자리한 용남면에서 무전동 도심까지 가려면 원문고개를 우회해야 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관문터널 신설이 별도로 논의되고 있다. 강 후보의 트램 공약과 관문터널의 관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짚겠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통영의 교통 문제를 풀기 위해 이미 논의 중인 사업이 있다면, 새로운 대형 사업을 얹기 전에 그 사업과의 관계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서다.
'관광형'이라는 수식어 앞에서
강 후보의 구상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KTX 역사를 기점으로 원도심과 주요 관광지까지 무가선 트램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KTX로 통영을 찾은 관광객이 역에서 내려 트램을 타고 강구안과 동피랑까지 이동하는 그림은, 막연히 '관광형'이라고만 했을 때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나름의 논리가 있다. 통영의 관광 수요가 여름 한 철을 넘어 주말마다 도로가 제법 막히고 숙소 구하기가 빡빡해지는 날이 늘고 있다는 것도 필자가 느끼는 바다. 이런 흐름을 보고 KTX와 트램을 연결한 관광 교통 체계를 구상했다면, 그 출발점 자체를 억지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구체적인 구상일수록 구체적인 질문이 따라붙어야 한다. 현재 통영 KTX 역은 용남면 장문리 원문고개 인근으로 예정되어 있다. 원도심 관광지까지는 실제 도로를 따르면 10킬로미터를 훌쩍 넘는 거리이고, 그 사이에는 원문고개라는 지형적 장벽이 있다. 현재 용남면에서 무전동 도심까지 가려면 이 고개를 우회해야 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용남~무전 간을 직접 잇는 관문터널 신설이 이미 별도로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강 후보의 트램 노선은 사실상 이 관문터널과 같은 구간을 두고 다른 방식으로 푸는 것이다. 터널이 뚫리면 차량은 그 구간을 직접 통과할 수 있다. 그 위에 트램 전용 레일까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재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묻고 싶다.
KTX를 타고 내린 관광객이 역에서 트램으로 갈아타는 행동을 실제로 할 것인지도 검증이 필요한 가정이다. 낯선 도시에서 관광객이 선택하는 이동 수단은 대개 렌터카나 택시다. 트램으로 전환될 비율이 연중 운영 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 냉정한 수요 예측이 선행되었는지를 묻고 싶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용남면에서 원도심까지의 연결이 목적이라면 기존 도로를 활용한 버스 노선 확충이나 셔틀 운행이 훨씬 저렴하고 유연한 대안일 수 있다. 왜 하필 트램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듣고 싶다.
국내외를 돌아봐도, 관광 수요만을 기반으로 트램을 도입했다가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성공한 트램 도시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하나다. 관광객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적인 통행 수요가 노선의 뼈대를 받치고, 관광은 그 위에 얹힌 부가적 효과였다는 점이다. 관광형 트램이 독자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관광형 트램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미 핵심 수요의 취약성을 고백하는 것이기도 하다. '관광형'이라는 수식어는 교통 수요 타당성 검증을 비껴가는 논리적 우회로가 되기 쉽다. 그 이름이 붙는다고 해서 레일을 깔고 차량을 굴리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의 트리엔날레가 되지 않기를
필자가 이 공약 앞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 매혹적인 언어의 결이 어딘가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담대한 시도"라고 불렸던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80억 원을 쓰고 단 1회로 사실상 중단된 것은 아직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본지의 새설이 이미 짚은 바 있듯이, 그 행사는 투명한 추진 과정, 충분한 사전 타당성 검토,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 중 어느 것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트리엔날레도, 관광형 트램도, 그 논리의 뼈대는 같다. '통영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원대한 비전, 그리고 그 비전을 실현하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과감한 낙관.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패턴이다.
무가선 트램이 트리엔날레와 다른 점은 있다. 하드웨어가 도시에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더 무겁다.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레일을 깔고 차량을 들인 다음 수요가 예측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치우고 끝낼 수 있는 행사가 아니다. 운영 적자는 매년 시의 재정을 갉아먹고, 좁아진 도로는 되돌리기 어렵다. 트리엔날레의 후유증보다 훨씬 길고 깊은 상흔이 남을 수도 있다.
질문만 남기고 싶다
강석주 후보가 무가선 관광형 트램 공약을 내놓으면서 어떤 타당성 검토를 거쳤는지, 노선은 어디이고 예상 비용은 얼마이며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연중 수요와 운영 수지 전망은 어떠한지를 필자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공약이 매혹적일수록 그 뒤에 붙어야 할 숫자와 논리는 더 꼼꼼해야 한다. 담대한 비전은 납득할 수 있는 계산 위에서만 빛난다.
통영의 재정자립도가 경남 최하위권이라는 수치만 보면 가난한 도시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수치는 각종 지원 사업 공모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외부 재원을 적극적으로 끌어온 결과이기도 하다. 자립 비율이 낮다는 것이 곧 재정 운용 능력의 부재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지원에 기댄 살림살이일수록 자체 예산을 쏟아붓는 대형 사업 하나하나의 무게는 더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 공약을 그리는 것은 후보의 몫이지만, 그 비용을 치르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통영 시민들이 관광형 트램 공약에 박수를 보내기 전에, 먼저 이 물음들에 대한 성실한 답을 들을 자격이 있다. 혹시 필자가 모르는 탄탄한 근거가 있다면, 기꺼이 경청하고 무지를 고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