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설] 판정할 능력이 없어 미뤘다면, 그 능력으로 셈은 어떻게 했나
    • — 통영시장 재검표, 6명의 위원이 판단을 미룬 그 표들이 '38표 차'에 그대로 들어갔다
    • 7월 27일 경남선관위 대회의실, 재검표의 첫 투표함이 열리자 이영훈 선관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6명이 테이블에 모여 회의를 했다.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 회의는 18분가량 이어졌다. 인쇄 기표로 의심되는 투표지(이하 인쇄 기표 의심 투표지) 등, 예상 못한 이의제기 대상 투표지가 나온 직후였다. 본지는 이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다. 회의가 길어지는 걸 보면서, 이 사안이 그 자리에서 간단히 결론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위원장은 이 표들에 대한 유·무효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추후 검증을 약속하며 진행을 재촉했다. 이 판단, 그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위원 6명이 그 자리에서 즉각 판정하기엔 표의 물성과 경위가 석연치 않았을 것이고, 신중을 기하려는 태도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다음이 이상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판정을 미룬 그 표들은, 개표 당시의 기존 판정 그대로 유효표로 계산에 포함됐다. 그리고 그 계산의 결과가 '44표 차에서 38표 차로 좁혀졌다'는 숫자로 발표됐다.

      여기서 물어야 한다. 위원 6명이 그 자리에서 판정을 내릴 능력 밖의 사안이라 판단해 유보했다면, 그 표를 유효로 셀지 무효로 셀지를 정하는 것 역시 똑같이 능력 범위 밖의 문제 아닌가. 그 판정을 미룰 만큼 신중했던 위원회가, 그 판정을 미루었던 표들을 계산에 넣어 발표하는 데는 왜 같은 신중함을 적용하지 않았을까.

      이건 이상한 조합이다. "이 표가 유효인지 무효인지는 지금 판단할 수 없다"는 태도와, "그러니 일단 유효로 세어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태도는 같은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이 아니다. 후자도 사실은 판정이다 — '유효'라는 판정을. 다만 그 판정이 애초 약속대로 표 하나하나의 효력을 심사한 결과인지, 아니면 심사 없이 정해진 방침에 따라 일괄 적용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기자는 이의제기 대상 투표지가 대량으로 나오기 시작한 시점 이후 재검표장 밖에 있었다. 이의제기를 더 이상 받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는 회의는 위원장이 위원들과 상의 없이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아마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그 회의가 이미 접수된 개별 표들의 효력을 하나하나 심사한 자리였는지, 아니면 심사를 생략하고 일괄 유효 처리하는 방침만 정한 자리였는지는 알 수 없다.

      능력 밖이라던 표가, 능력 안의 숫자에 들어갔다
      위원장은 재검표 시작에 앞서 "투표의 효력 등에 관한 결정은 관련 법규 및 판례 등에 근거해 선관위 의사를 존중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본지가 확보한 녹음에 따른 것이다. 첫 함 개함 때의 그 장시간 회의는, 이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는 순간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약속이 지켜진 건 '판정을 미룬다'는 결정까지였다. 그 이후 재검표가 진행되며 같은 유형의 투표지가 여러 투표소의 함들에서 계속, 대량으로 나오자 이의제기 자체가 중단됐고, 이미 판정이 유보돼 있던 표들을 포함해 이후의 모든 이의제기 표가 결론 없이 유효로 계산됐다. 판정을 미룰 만큼 신중했던 문제가, 어느 순간부터는 신중을 요구하지 않는 문제로 조용히 바뀐 셈이다.

      경남선관위는 이번 재검표 결과를 토대로 천영기 전 시장이 제기한 당선무효 소청에 대한 인용·기각·각하 여부를 오는 8월 18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 재검표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의 문제는 본지 새설 '검증이라던 재검표, 엿장수 셈법?'에서 더 폭넓게 다룬 바 있다. 이 글은 그중에서도 '위원회가 판정을 미룰 만큼 신중했던 사안을, 왜 계산에서는 같은 신중함 없이 처리했는가'라는 한 지점만 좁혀 짚었다.

      이 글은 본지의 평가와 의문 제기를 담은 새설이다. 이영훈 위원장 또는 경남선관위가 이에 대해 반론이나 정정을 요청할 경우, 본지는 이를 지면과 온라인판에 성실히 게재할 것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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