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오후, 경남선관위 대회의실에서 이영훈 선관위원장(창원지방법원장 겸직)은 그날의 재검표가 무엇인지 스스로 규정했다. "오늘의 목적은 검증." 기자는 그 말을 두 차례 이상 직접 녹음했다.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이 끝까지 이어졌는지는, 이제 이 신문이 몇 차례에 걸쳐 짚어온 대로다. 기자는 첫 투표함이 개함되는 데까지만 참관했다. 그 시간 동안 인쇄 상태가 의심되는 기표 투표지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직접 지켜봤다. 촬영·취재를 그 이후로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재검표 시작 전 이미 공지돼 있었다. 기자는 그 자리에서 항의했으나 방침은 바뀌지 않았고, 그 뒤로는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이른바 '벽돌 투표지'와 여백이 맞지 않는 사전투표지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그래서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본 것이 아니다. 그 뒤 13시간의 상황은 전적으로 참관인들이 전해준 사진과 증언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감시와 취재를 원천적으로 제한한 채 진행된 재검표를, 이 신문은 신랄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검증을 하겠다던 자리에서, 그 검증 과정을 지켜볼 언론의 눈을 막아선 것부터가 모순이었다.
규정은 있는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재검표 도중 이의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 어떤 유형의 이의는 받고 어떤 유형은 안 받을지를 위원장이 그 자리에서 정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소청의 큰 틀 — 시·도선관위가 60일 이내에 인용·기각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 행정심판법의 증거조사 관련 조문을 준용한다는 것 — 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검표 현장에서 위원장이 이의신청의 접수 기준을 도중에 바꿀 수 있는지, 바꾼다면 어떤 절차와 통지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본지가 확인한 범위 안에서는 찾지 못했다.
이건 본지의 취재력 문제로만 돌릴 일은 아닌 것 같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의 결과를 다투는 자리에서, 그 자리를 주재하는 사람이 진행 도중 무엇을 심리 대상으로 삼을지 스스로 정하고 바꿀 수 있는 재량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 이것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면, 그 자체가 제도의 허점이다. 재량이 클수록 그 재량이 일관되게 행사됐는지를 살피는 일이 중요해지는데, 정작 그 일관성을 담보할 절차적 장치가 안 보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명문 규정이 없어 위원장의 재량이 넓게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번 사안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지는 못한다. 재량이 넓다는 것과, 그 재량을 일관되게 행사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위원장은 스스로 그날의 기준("검증")을 먼저 밝혔다. 그 기준을 스스로 뒤집었다면, 그 변경이 왜 필요했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밝히는 것 역시 위원장 자신의 몫이다. 규정이 없다는 것이 설명 책임까지 면제해주지는 않는다.
검증에서 금지로
경위는 이렇다. 재검표가 시작되고, 좌우 여백이 맞지 않거나 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지가 나오자 참관인들은 이의를 제기했고 위원장은 처음엔 이를 받아들여 별도로 분류하게 했다. 이 신문이 확인한 바로는 이 방침 아래 최소 214매(봉평동·미수동)가 정식으로 분류·집계됐고, 용남면에서도 36매가 이의 접수됐다. 참관인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이 재검표가 정말 '검증'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위원장 스스로 그렇게 선언했으니까.
그런데 이런 투표지가 여러 곳에서 계속, 대량으로 나오자 위원장은 태도를 바꿨다. 이제부터는 이의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검증'이 '오분류 바로잡기와 기존 유무효 기준 적용'으로 조용히 좁혀졌다. 참관인들이 항의하자 퇴장 위협이 돌아왔다. 그때까지 분류된 표들은 비닐봉지에 담겨 해당 투표함에 함께 봉인됐다.
재검표라는 말의 무게
애초에 이 재검표가 왜 열렸는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44표 차라는 근소한 결과에 이의가 제기됐고, 그 이의를 판단하기 위해 표를 다시 검증하는 자리였다. 그렇다면 그 이의의 핵심 — 정체가 의심스러운 투표지들 — 이야말로 이 재검표가 가장 먼저, 가장 성실하게 들여다봤어야 할 대상 아닌가.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의심스러운 표들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채, 그 표들을 일단 유효로 계산에 넣어버렸다. 이의제기의 대상이 된 표를 검증 없이 계산에 포함시키는 것과, 재검표라는 절차의 존재 이유는 서로 부합하는가.
위원장 스스로도 여러 차례 "검증"이라는 말을 썼다. 그 말대로라면, 검증해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이 의심스러운 표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표들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은 채 절차가 끝났다. 검증이 필요 없어진 시점부터 그날 남은 절차는 사실상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세고 더하고 빼는 작업이었다. 그 작업 자체를 낮잡을 생각은 없다. 다만 그것이 애초에 "검증"이라는 말로 불렸던 자리와 같은 성격의 일이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퇴장 위협도 마찬가지다. 위원장이 참관인들의 항의에 퇴장을 경고했다는 것은 이 신문이 여러 경로로 확인한 사실이다. 다만 그 발언의 의도까지 이 신문이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것만은 묻고 싶다 — 그 자리가 검증의 자리였다면, 항의는 검증 대상에 대한 의문 제기였을 텐데, 그 의문 제기에 돌아온 것이 퇴장 경고였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는가.
절반만 접수하고 검증 없이 전부 계산한 셈법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은 여기다. 위원장은 이의제기를 받던 시기에 분류된 표들에 대해서도, 그 유·무효를 끝내 결정하지 않았다. 결정하지 않은 채로, 개표 당시의 기존 판정 그대로 유효표로 계산에 넣고 재검표 결과를 발표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44표 차에서 38표 차로 좁혀졌다'는 그 숫자다.
의심스러운 재료를 일단 냄비에 함께 넣고, 나중에 상했는지 확인하겠다며 국을 끓여 손님상에 낸 셈이라는 게, 이 신문이 보는 이 절차의 모습이다. 그 국이 정말 괜찮은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확인되지 않은 재료를 왜 일단 넣고 끓였는지, 본지가 보기에 그 순서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이는 그 재료를 다룬 사람의 요리 솜씨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넣기 전에 확인부터 했어야 할 순서 자체가 뒤바뀌었다는 절차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검증을 약속했고, 검증을 위한 이의제기를 접수받다가, 접수 자체를 스스로 금지하고, 접수됐던 표까지 검증 없이 유효로 계산해 발표한다 — 이 네 단계를 관통하는 일관된 기준이 있다면, 이 신문에 알려주기 바란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그 기준은 매 순간 위원장 자신의 판단이었을 뿐이다. 엿장수가 엿가락을 마음대로 잘라 팔듯, 그날의 검증 범위도 그렇게 정해진 것은 아니었는가. 이는 위원장 개인의 성정이나 자질을 겨냥한 말이 아니다. 그날 적용된 기준이 단계마다 달랐고, 그 기준을 바꾼 이유가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는 절차적 사실을 가리키는 것일 뿐이다.
이 신문은 이영훈 위원장에게 앞서 두 차례(원 질의·추가 질의) 서면으로 물었다. 경남선관위는 회신했다. 다만 답은 아니었다. "귀 사가 상기와 같이 질의한 사항은 현재 진행중인 선거소청 사건의 심리 과정 및 내부 검토에 관한 사항"이라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을 근거로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무엇을 기준으로 그날그날 다르게 검증했는지, 그 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은 셈이다.
이 글은 본지의 평가와 의문 제기를 담은 새설(칼럼)이다. 이영훈 위원장 또는 경남선관위가 이에 대해 반론이나 정정을 요청할 경우, 본지는 이를 지면과 온라인판에 성실히 게재할 것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