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선관위는 지난 7월 27~28일 진행된 통영시장 선거 재검표 결과 강석주 후보가 천영기 전 시장을 38표 차로 앞섰다고 발표했다. 본지가 앞서 보도한 대로('사전투표지 여백 쏠림,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안 됐나' 기사 참고), 이 재검표에서는 좌우 여백이 맞지 않는 사전투표지가 봉평동(52매)·미수동(162매), 그리고 인용·기각이 표시되지 않은 용남면(36매)에서 확인됐다. 이 표들은 예외 없이 모두 강석주 후보에게 기표된 것이었다. 이 표들 역시 그 유·무효를 둘러싼 이의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기존 판정 그대로 유효표로 계산돼 '38표 차'에 포함돼 있다. 즉 이 숫자는 아래에서 다루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잠정 수치다(관련 설명: 본지의 '통영시장 재검표, 38표 차까지만 확인됐다' 기사).
소청인 측 참관인 3명과 천영기 전 시장은 이 세 곳 외에 다른 여러 투표소 몫으로 표시된 보관함에서도 비슷한 투표지가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네 명의 기억에 의존한 진술로, 문서로 확인된 것은 봉평동·미수동·용남면 세 곳뿐이다.
선관위는 이런 여백 불균형이 사전투표지 발급기(엡손 CW-C4040 컬러라벨 프린터)의 세팅 오류나 부품 마모에 의한 기계적 오차로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본지는 이 설명이 실제로 타당한지 따져보기 위해, 그 설명을 최대한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해보기로 했다 — 설령 세팅이나 부품 마모로 최대 3mm까지 여백이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문제가 해소되는지 보는 것이다.
발급 과정에는 사람의 손이 있다
본지 기자는 5월 말 사전투표 기간 중 통영시내 한 사전투표장에서, 발급기가 투표지를 프린트하면 선거사무원이 이를 확인한 뒤 유권자에게 건네고 유권자가 기표소로 들어가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다. 여러 장이 연속으로 프린트되어 나오면 사무원이 한 장씩 넘기며 확인한 뒤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때 기자가 목격한 것은 통상적인 발급 절차이지, 여백이 쏠린 투표지 자체는 아니었다. 문제의 여백 쏠림 투표지들은 기자가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 7월 27일 재검표에 참여한 참관인들의 전언과 이들이 제공한 사진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참관인들에 따르면 이 투표지들은 봉평동·미수동·용남면으로 구분된 보관함에 담겨 있었다.
발급 당시 이런 여백 쏠림을 알아챈 유권자가 있었다는 증언은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된 통영시 15개 사전투표소의 사전투표록(수정본)과, 개표 당일 작성된 개표록·개표상황표를 본지가 입수해 조사했다(사전투표록 조사 관련 보도: 본지의 '사전투표지 여백 쏠림' 기사). 이 문서들 어디에도 여백 쏠림이나 인쇄 균형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발급 절차 자체는 사무원이 낱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본지가 직접 목격한 사실이면서도, 그 과정에서 이 문제가 걸러지거나 기록된 흔적은 문서상으로도 전혀 없다는 뜻이다.
본지는 재검표 현장에 함께 있던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비공식적으로, 이런 여백 쏠림 투표지에 대해 사전에 듣거나 접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이는 정식 설문이나 전수 확인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질문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왜 한 후보에게만 쏠렸을까
여기서 짚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확인된 여백 쏠림 사전투표지는 봉평동·미수동·용남면을 통틀어 예외 없이 모두 강석주 후보 표였다. 다른 후보에게 기표된 표에서는 이런 여백 쏠림이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실은 '프린트 오차' 설명에 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프린터의 세팅 오류나 부품 마모로 인한 여백 쏠림은 투표지가 인쇄되는 시점—즉 유권자가 어느 후보에게 기표할지 정하기 이전 단계—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 시점에는 이 용지를 받게 될 유권자가 누구를 찍을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기계적 오차라면 여백 쏠린 표는 여러 후보에게 고르게 분산되어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 후보에게만 몰려 있었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인위적 개입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대에 특정 성향의 유권자들이 몰려 투표했고, 마침 그 시간대에 발급기 이상이 집중됐다는 우연이 겹쳤을 가능성도 이론적으로는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재단 밀림(외부 인쇄)' 설명에서는 이 편중 현상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특정 후보를 위해 별도로 준비된 표라면, 애초에 그 후보에게만 몰려 있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미수동 162매는 연속으로 나왔을까, 간헐적으로 나왔을까
미수동에서 나온 162매(29+21+25+31+23)를 놓고 생각해보자. 이 표들이 프린트되는 동안 발생한 방식은 두 가지 중 하나였을 것이다.
연속으로 나왔다면 — 세팅 오류나 부품 이격이 한번 발생한 뒤 고쳐지지 않은 채로 이어졌다면, 여백이 틀어진 투표지가 줄줄이 나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앞서 확인했듯 사무원이 발급되는 투표지를 낱장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실제로 있었다. 두세 장만 연속으로 이상 인쇄가 나와도 알아채고 세팅을 조정하거나 발급기 이상을 신고했어야 한다. 162매가 연속으로 나오는 동안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간헐적으로 나왔다면 — 이격이 벌어졌다 사무원이 모르는 사이 저절로 회복되는 과정이 반복됐다는 뜻이 되는데, 이 역시 설명이 궁색하다. 그 정도로 헐거워졌다 저절로 맞아떨어지기를 반복하는 프린터라면 그 자체로 정상적인 장비 상태라 보기 어렵고, 162매에 이르려면 그런 이격-회복 주기가 상당히 여러 차례 반복돼야 한다. 그 정도로 불안정한 장비가 다른 이상(잼, 인쇄 불량 등) 없이 계속 정상 작동했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
요컨대 기계적 오차라는 설명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 설명만으로는 '발급 과정에 사람의 검사가 개입돼 있었다'는 사실과 매끄럽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설명 — "프린트가 아니라 인쇄"
재검표에 참관인으로 참여한 인쇄업계 경력 40년 넘는 한 참관인은 7월 27일 재검표장에서 본지 기자에게 직접, 이 현상을 발급기의 '프린트'가 아니라 대량 '인쇄'의 관점에서 보면 훨씬 쉽게 설명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대량 인쇄물을 재단기로 한 번에 자를 때 칼날이 밀리면서 일부 인쇄물에 여백 쏠림이 생기는 것은 인쇄업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설명을 받아들이면 발급기의 세팅·이격 문제는 애초에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이 설명은 동시에 훨씬 무거운 질문을 연다 — 이 투표지들이 사전투표소 현장의 발급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별도의 인쇄소에서 대량으로 인쇄되고 재단된 것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사전투표함에는 원칙적으로 그 투표소의 발급기에서 프린트되어 유권자가 직접 기표한 표만 들어갈 수 있다. 만약 이 투표지들이 실제로 외부 인쇄소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것이 정상적인 사전투표 절차를 통해 투표함에 들어가는 경로는 없다. 즉 '인쇄' 쪽으로 설명이 기운다면, 그 자체로 이 표들이 정상적인 경로로는 투표함에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는 뜻이 되고, 그렇다면 그것들이 어떻게, 언제 투표함에 들어갔는지를 밝혀야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 참관인의 의견 역시 하나의 가능성일 뿐, 검증된 사실은 아니다. 오랜 인쇄업계 경력이라는 전문성과는 별개로 소청인 측 참관인이라는 입장을 감안해야 하고, 반대편의 기술적 소견 — 이를테면 발급기 제조사인 엡손 측 설명 — 과 함께 놓고 봐야 균형이 맞는다. 본지는 엡손코리아에 이메일로 관련 질의를 보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7월 31일 오후 4시 3분경 전화로 재차 확인을 시도했으나, 담당자는 업무 마감 시간(오후 5시)을 이유로 당일 답변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답변이 오는 대로 반영할 예정이다.
정리하면
'프린트 오차'로 보면, 연속이든 간헐적이든 발급 과정에 있었던 사람의 손이 왜 이를 걸러내지 못했는지 설명이 잘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왜 하필 한 후보에게만 몰렸는지도 설명하기 어렵다. 반면 '재단 밀림'으로 보면, 여백이 균일하게 틀어지는 물리적 현상 자체는 인쇄업계에서 흔한 일로 간단히 설명된다. 다만 이 경우엔 그 투표지들이 애초에 사전투표소 발급기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뜻이 되고, 정상적인 사전투표 절차로는 애초에 투표함에 들어갈 수 없는 물건이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앞서 본지가 보도한 '벽돌 투표지, 개표 절차대로면 나올 수 없는데 나왔다' 기사(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지 묶음이 언제 투표함에 들어갔는지를 다룬 보도)와 마찬가지로, 그것들이 언제 어떻게 투표함에 들어갔는지를 밝혀야 하는 문제뿐이다. 그 경위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프린트 오차'와 '재단 밀림', 어느 설명이 더 합리적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