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영시장 재검표 44→38표 확정… 그 표차, 검증 미룬 표들을 유효로 셈한 결과였다

    •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새벽 통영시장 선거 재검표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용지 6만9693표를 전량 재확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강석주 시장이 3만3626표, 국민의힘 천영기 전 시장이 3만3588표를 얻어, 기존 44표였던 격차가 38표로 줄었다. 강 시장의 당선은 다시 한번 확정됐다.

      그러나 본지가 참관인 측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이 38표라는 격차는 재검표 과정에서 진위 논란이 제기된 표들을 일단 모두 유효표로 계산한 결과다.

      인쇄 의심 기표, 좌우 여백이 고르지 않은 투표지, 이른바 '벽돌 투표지' 등 정상 여부가 다퉈지고 있는 표들의 판정을 뒤로 미룬 채, 우선 유효로 간주하고 집계해 나온 숫자라는 것이다. 즉 이번 표차 확정은 논란이 종결된 결과가 아니라, 논란을 잠시 유보한 상태에서 나온 잠정적 숫자에 가깝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기표 부분이 인주가 아니라 인쇄로 찍힌 것으로 의심되는 투표지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규모로 발견됐다는 점이다.

      본지가 재검표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바로는, 한산면 관내 본투표함 3개를 개봉하는 과정에서만 이런 인쇄 의심 투표지가 40여 장 나왔다. 다만 선관위가 37개 보관상자 가운데 왜 한산면 관내 상자를 첫 순서로 개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첫 번째 개봉 과정만 기자단에 공개됐을 뿐, 이후 선관위는 별다른 설명 없이 기자단을 재검표장에서 퇴장시키고 나머지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본지를 포함한 취재진이 항의했지만 선관위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기존 방침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한 참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수치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한산면에서 나온 40여 장에 그치지 않고 다른 투표구들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인쇄 의심 투표지가 계속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참관인 측은 이 투표지들에 대해 현장에서의 즉석 기계 검증을 요구했고, 확대경 정도로도 눈으로 바로 대조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선관위 측은 검증 도구의 신뢰성을 이유로 그 자리에서의 확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기자가 현장에서 퇴장당하기 전, 이 투표지들을 별도 함에 보관해 추후 검증하겠다는 방침은 확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 방침이 변경됐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았다.

      접힌 흔적이 없는 이른바 '벽돌 투표지' 형태의 다발 역시 재검표 초반부터 꾸준히 발견됐다. 사전투표지와 본투표지를 합쳐 300장 안팎으로, 손으로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빳빳하다는 게 참관인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의제기가 이어지며 절차가 지연되자, 선관위 측은 도중에 "시간이 길어지니 앞으로 벽돌 투표지에 대한 이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발견된 벽돌 투표지는 인쇄 의심 기표와 달리 별도로 분류되지 않고 그대로 개표 절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좌우 여백이 고르지 않은 투표지도 상당수 확인됐다. 참관인 측에 따르면 이런 투표지가 179장가량 나왔으며, 모두 강석주 후보에게 기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이 부분은 별도 기사에서 자세히 다룬다.

      절차 진행 과정에서의 모순도 확인됐다. 소청인 측이 투표지 보관상자의 봉인 훼손 문제를 제기하자, 이영훈 경남선관위원장은 해당 장소가 CCTV로 녹화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한 참관인이 이를 받아, 통영시선관위 측에 확인한 결과 해당 장소에는 애초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잠시 뒤 이 참관인은 뒤편에 있던 취재진에게 들리도록 관련 녹화 영상을 재생했고, 본지 기자도 이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위원장이 이 발언이나 영상 내용을 실제로 들었는지, 듣고도 별다른 반응 없이 넘어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재검표 참관인단은 통영 지역 주민 2명을 제외하고는 전국 단위 공모를 통해 선발된 인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44표에서 38표로, 표차만 놓고 보면 이번 재검표는 강 시장 측에 유리한 결과로 마무리된 셈이다. 그러나 이 숫자 자체가 정상 여부를 다투는 표들을 일단 유효로 셈한 결과라는 점에서, 결과가 뒤집히지 않았다고 이 의혹들이 함께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강 시장 체제는 이번 재검표로 안정을 확인받았다기보다, 그 정당성을 둘러싼 물음표를 새로 짊어지게 된 모습에 가깝다.

      '인쇄 의심 기표'와 '벽돌 투표지', 좌우 여백 불일치 투표지의 진위가 이번 한 차례의 소청으로 끝날 사안인지, 아니면 통영을 넘어선 더 큰 논란의 서막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 이어질 정밀 감정과 선관위의 해명에 달려 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검증을 미룬 채 유효로 셈해진 표들이 최종 표차를 좌우한 이번 사례를 감안하면, 이 논란은 선관위의 향후 대응과 무관하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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