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작 새설 · 6편] 수만 명의 눈이 있었는데 — 참관인은 만능이 아니다
    • 전한길–이준석 끝장토론 논증 분석 5
      목격자 없이 나온 결과물, 그리고 감시의 구조적 한계

    • 사람이 많이 보고 있으면 나쁜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속이겠냐"는 말은 직관적으로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말이 실제 반증이 되려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그 눈들이 정확히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지점을 보고 있었는가. 그리고 그 눈들이 실제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조건에 있었는가.

      이준석의 발언 — "참관인이 수만 명인데 어떻게 속이냐"
      이 대표는 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투·개표 현장에는 각 정당 참관인, 선관위 직원, 공무원 등 수만 명의 눈이 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조작이 이루어지려면 그 전원이 공모하거나 전원을 속여야 한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작은 없었다.

      이 논리는 언뜻 강력해 보인다. 그러나 이 논리가 완전한 반박이 되려면 전제 하나가 성립해야 한다. 참관인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지점을 실제로 보고 있었다는 것. 그런데 이 전제는 사실과 다르다.

      핵심 모순 — 목격자는 없는데 결과물은 나왔다
      투·개표 현장에서 배추잎 투표지나 빳빳한 벽돌 투표지 묶음을 투표함에 집어넣는 것을 목격한 참관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주관한 재검표 단계에서 그 기이한 투표지들은 분명히 실물로 쏟아져 나왔다. 목격자는 없는데 결과물은 존재한다. 이 사실 앞에서 "수만 명이 보고 있었다"는 반박은 힘을 잃는다.


      논리 오류 — 감시의 존재를 감시의 완전성으로 착각
      감시자가 많다는 것과, 그 감시자들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제로 보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감시의 규모가 곧 감시의 빈틈 없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참관인의 눈은 현장에 있었다. 의혹의 물증은 재검표에서 나왔다
      이 대표의 논리가 완전한 반박이 되려면 이렇게 되어야 한다. 참관인들이 현장에서 정상 투표지만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투표지들이 재검표 때까지 아무 변화 없이 보관됐다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바로 그 보관과 이동 과정의 투명성이 의혹의 또 다른 핵심이었다. 현장이 깨끗했다는 것이, 그 이후 과정도 깨끗했다는 것을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비유: 식당 주방에 CCTV가 있어서 요리 과정을 다 찍었다. 그런데 음식이 주방에서 손님 테이블 사이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방 CCTV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운반 과정의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다.


      논리 오류 — 엉뚱한 곳 방어하기
      상대가 문제 삼는 지점이 A인데, B가 튼튼하다고 반박하는 것. B가 아무리 견고해도 A에 대한 답이 되지는 않는다.

      "현장은 감시됐다"는 것이 "전 과정이 감시됐다"는 뜻이 아니다
      이 대표는 현장 참관인 수를 근거로 전체 선거 과정의 무결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 물증인 이형 투표지들은 현장이 아닌 재검표에서 나왔다. 참관인들이 지킨 것은 그날의 현장이었다. 그 이후 투표함이 어떤 경로로, 어떤 조건에서 보관됐는지는 현장 참관인의 증언으로 커버되지 않는다.

      비유: 대형 마트에 직원이 수십 명 있다. 그러나 상품이 창고에서 매장 선반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매장 직원이 많다"는 것은 창고 이동 과정의 문제가 없었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참관인이 볼 수 없는 것들 — 구조적 감시 사각지대
      이 대표의 논리에는 또 하나의 전제가 숨어 있다. 참관인들이 원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실제 선거 관리 구조를 들여다보면, 참관인이 볼 수 없도록 설계된 지점들이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시간의 공백: 사전투표 마감 후 본개표 시작까지, 그리고 개표 종료 후 재검표를 위해 투표함이 보관되는 기간은 일반 참관인이 연속적으로 지켜볼 수 없다. 교대로 투입되는 참관인들은 자기 교대 시간의 흐름만 볼 뿐, 이전 교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전문성의 한계: 고속으로 통과하는 투표지 분류기의 작동 방식이나 전산 집계의 내부 흐름은 일반 시민 참관인이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눈앞에서 기계가 조용히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기계 안에서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뜻이 되지는 않는다.
      심리적 압박: 밤샘 개표로 극도로 피로한 상태에서, 명확한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개표 흐름을 멈추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개인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참관인이 조용했다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이 세 가지는 개인의 성실성이 아니라 제도 설계에서 나오는 구조적 감시 사각지대다. 사각지대는 나쁜 의도가 없어도 존재하고, 나쁜 의도가 있다면 정확히 그 지점을 노린다.

      이 대표가 했어야 할 반박
      참관인 논리를 실질적인 반박으로 만들려면 방향이 달랐어야 했다. "수만 명이 보고 있었다"가 아니라, 재검표에서 나온 이형 투표지들이 그 이전 과정에서 어떻게 관리됐는지를 추적하는 것이다. 투표함의 봉인 절차, 이동 경로와 보관 장소의 접근 기록, 그 기록이 재검표 단계까지 연속적으로 확인 가능한지. 이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면 감시 사각지대 문제에 대한 진짜 반박이 됐을 것이다.

      이 연작이 충분히 다루지 못한 쟁점들
      이 여섯 편은 이준석 대표가 사용한 논증 방식의 결함을 중심으로 다뤘다. 그러나 토론에서 제기된 의혹이 이것으로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는 것이 정직하다. 아래는 토론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거나, 이 연작이 미처 짚지 못한 쟁점들이다. 이 중 일부는 다음 편에서 더 깊이 다룬다.

      봉인지 — 뗐다 다시 붙일 수 있는 봉인이 봉인인가
      투표함 봉인지 훼손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구체적인 물증을 가져오라"고 반박했고, 이것은 논리적으로 맞는 대응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반박이 닿지 않은 지점이 하나 있다. 봉인지 제도 자체의 설계 문제다. 봉인지가 훼손 흔적 없이 떼어냈다 다시 붙일 수 있는 소재라면, 봉인지가 온전하다는 사실 자체가 내용물이 바뀌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이것은 증거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다. 감시 사각지대를 제도적으로 만들어두고 있는 셈이다.

      DMZ 투표수 의혹 — 수치는 사실이지만 해석이 잘못됐다
      "파주시 진동면 유권자 159명인데 투표수는 181표"라는 주장은 수치 자체는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선관위 팩트체크에 따르면 진동면 집계 181표는 진동면 주민만의 표가 아니라, 같은 선거구의 다른 지역 유권자가 진동면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 경우도 포함된 수치였다. 수치를 맞게 가져왔지만 그 의미를 잘못 읽은 것이다. 숫자를 가져오는 것과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읽는 것은 다른 일이다.

      선거망 해킹 의혹 — 외부 침입과 내부 조작은 다른 문제다
      선관위 선거 전용 통신망 해킹 의혹에 대해 이 대표는 "폐쇄망이니 외부 해킹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고 이 핵심은 정확하다. 그러나 폐쇄망이 외부 침입에 안전하다는 것이, 내부 관리자에 의한 조작 가능성까지 원천 차단한다는 뜻은 아니다. 외부 해킹과 내부 조작은 다른 문제다. 이 대표는 전자를 반박했지만, 후자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하지 않았다.

      부정선거 범위의 자기모순 — 이 물음은 다음 편에서
      토론에서 전한길 측의 가장 큰 자기모순 중 하나는 "2020년 총선부터 조직적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 물음은 단순한 논리 결함 지적을 넘어 더 근본적인 질문들과 연결된다. 다음 편에서 별도로 다룬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구체적 지점들
      구조적 감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참관인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다. 사각지대를 채우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보완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사전투표지에 관리관이 현장에서 직접 도장을 날인하는 것, 훼손 흔적이 반드시 남는 소재로 봉인지를 교체하는 것, 기계 집계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수개표를 병행하는 것, 투표함 이동과 보관 전 과정을 연속적으로 기록하고 공개하는 것. 이것들은 음모론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 사각지대를 줄이는 민주주의의 자기 강화 작업이다. 논증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과,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은 다른 일이다. 제도는 후자를 할 수 있다.

      이 여섯 편이 다룬 것은 논증의 결함이었다. 그러나 논증의 결함을 지적하는 것이 선거를 향한 불신을 해소하지는 않는다. 불신은 논리로 태어나지 않는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 보이지 않는 과정들, 감시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자란다. 그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토론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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