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작 새설 2편] 빳빳한 투표지 — 설명이 불충분했다
    • 전한길–이준석 끝장토론 논증 분석 1
      "눌리면 펴질 수 있다"는 말이 왜 핵심을 비껴가는가

    • 논증에서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이것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것으로 설명을 마쳤다고 착각하는 것.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과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음을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작업이다. 빳빳한 투표지 논쟁에서 이준석 의원이 보여준 것이 정확히 이 패턴이었다.

      사전투표지는 어떤 종이인가
      사전투표 시스템에서 투표지는 롤(roll) 형태로 감긴 용지에서 그 자리에서 바로 출력된다. 마치 편의점 영수증이 프린터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런 롤 용지는 얇고, 출력되는 순간부터 안쪽으로 말리는 성질, 즉 컬(curl)을 갖는다. 둥글게 감겨 있던 기억을 종이가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검표 과정에서 문제의 투표지들이 등장했다. 빳빳하고 두꺼운, 마치 새로 재단한 용지처럼 곧게 뻗은 묶음들이었다. 이것을 두고 의혹이 제기됐다. 롤 용지 출력물이라면 있어야 할 컬이 없고, 롤 용지답지 않게 두껍다는 것이었다.

      이준석의 해명 — "오래 눌려 있으면 펴진다"
      이 대표는 이 의혹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투표가 끝난 뒤 투표지들이 투표함 안에서 수천 장씩 겹쳐 오랫동안 눌려 있으면, 말려 있던 종이도 점차 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빳빳한 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이 설명이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종이가 압력을 받으면 어느 정도 변형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해명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하지만 여기서 결정적인 질문 하나가 빠져 있었다.

      빠진 질문 — "왜 그것만 달랐는가"
      재검표 현장에서 나온 투표지들은 모두 같은 투표함에, 같은 기간 동안, 같은 조건으로 보관된 것들이었다. 같은 압력, 같은 온도, 같은 시간. 그런데 그 중 특정 묶음만 육안으로도 확연히 구별될 만큼 다른 물성을 보였다.

      "눌리면 펴질 수 있다"는 설명이 진짜 반박이 되려면 이 질문에 답해야 했다. 같은 조건에 있었던 다른 투표지들은 왜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 조건이 동일한데 결과가 다르다면, 그 차이를 만든 원인을 설명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 질문을 건너뛰었다.


      *논리 오류 — 불완전한 설명
      어떤 현상에 대해 "이런 이유로 일어날 수 있다"고만 말하고 끝내는 것. 하지만 진짜 설명은 왜 그 현상이 그 경우에만 일어났는지까지 다루어야 한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과, 실제로 그것이 원인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은 다르다.

      가능성 제시를 설명으로 착각했다
      이 대표의 해명 구조는 이렇다. "A라는 조건이 있으면 B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에 A가 있었다. 따라서 B는 이상하지 않다." 언뜻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같은 A 조건에 있었던 다른 것들에서는 B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A만으로는 B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A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는 한, 해명은 미완성이다.

      비유: 같은 냉장고에 같은 날 넣어둔 음식들 중 하나만 유독 상태가 달라졌다. "냉장고에 오래 있으면 변할 수 있다"는 말은 가능성이다. 설명이 되려면 왜 그것만 달라졌는지를 말해야 한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투표지의 물성 차이는 부정선거 의혹 중에서도 가장 물리적이고 실물적인 증거 주장에 해당한다. 통계나 확률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실물이다. 이런 종류의 의혹에는 그만큼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은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에게도, 반박하는 사람에게도 쓸 수 있는 말이다. 의혹 측은 "가짜 표일 수 있다"고 하고, 이 대표는 "눌려서 펴진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둘 다 가능성이다. 가능성의 싸움에서는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는다. 불신은 그대로 남는다.

      선거 제도를 향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그럴 수 있다"가 아니라 "그래서 그랬다"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래서 그랬다"를 보여주려면, 왜 그것만 달랐는지를 설명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 대표의 해명은 그 출발점에 닿지 못했다.

      좋은 반박은 상대의 주장이 틀렸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다. 빳빳한 투표지 논쟁에서 이 대표에게 필요했던 것은 더 빠른 말이 아니라, 그 차이를 만든 원인에 대한 더 정직한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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