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일대에 단기간 기록적인 호우가 쏟아진 뒤, 사흘 사이 해안과 해상에서 잇달아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세 사고 모두 공통점이 있다. 위험을 알리는 표지나 현수막, 통제선 등 최소한의 안전 조치가 없었거나, 사고가 난 뒤에야 뒤늦게 설치됐다는 점이다.
8월 19일 — 수륙해수욕장 스노클링 익사 사고
8월 19일 오전 8시경,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1940년생)가 통영시 산양읍 수륙해수욕장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스노클링을 시작했다. 약 15분간 수중활동을 하던 중 오전 8시 21분경 A씨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인근에서 수해복구 작업을 하던 이가 A씨 며느리의 도움 요청을 듣고 오전 8시 25분경 119에 신고했고, 해양경찰이 경비함정 3척과 드론, 헬기까지 투입해 약 50분 만에 해수욕장에서 56m 떨어진 해상에서 A씨를 발견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끝내 숨졌다.
호우로 흙탕물과 토사, 나뭇잎 등 부유물이 바다로 밀려든 직후였다. 겉보기와 달리 시야와 동작을 방해하는 요인이 늘어난 상태였던 만큼, 입수 금지 표지나 경고 현수막 설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그런 조치는 없었고, 현수막은 사망자가 발생한 뒤에야 설치됐다.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이다.
8월 20일 — 국치항 남방 신원미상 익사자 인양
바로 다음 날인 8월 20일 오전, 국치항 남방 0.3해리 지점에서 신원 미상의 익사자가 인양됐다. 이는 인양 시각과 위치일 뿐, 실제로 언제 어디서 사고를 당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날 스노클링 사망 사고와 마찬가지로 호우 직후 해상에서 발견된 사고라는 점에서, 오염되고 시야가 흐려진 연안 해역의 위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
8월 21일 — 삼칭이해안길 복구 현장 자전거 추락 사고
8월 21일 오전에는 수륙터해안도로 삼칭이해안길에서 세 번째 사고가 났다. 호우로 바위와 토사가 쏟아져 도로를 덮쳤고, 복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었다. 그러나 공사 현장 진입을 막는 경고 표지나 통제선이 없었고, 그 틈에 자전거를 타던 시민이 현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119구급대에 의해 구조됐지만, 통행을 막는 최소한의 표시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공통된 문제: 대응 부재, 그리고 뒤늦은 대응
세 사고를 나란히 놓고 보면 패턴이 뚜렷하다. 위험이 예견 가능했음에도 사전 경고나 통제 조치가 없었고, 조치는 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뒤따랐다. 스노클링 사망 사고 이후 설치된 경고 현수막이 그렇고, 복구 현장에 진작 세워졌어야 할 통제선이 사고 이후에나 논의되는 흐름이 그렇다. 호우 자체는 예측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일 수 있지만, 비가 그친 뒤 위험 구간에 표지판 하나, 현수막 하나를 세우는 일은 그리 어려운 조치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런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그러나 법 적용 여부를 떠나,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이 예산이나 인력 부족이 아니라 '표지판 하나 세우는 절차'의 공백에 있다면, 이는 명백한 관리 부실이다. 사고가 나야만 현수막이 걸리는 지금의 대응 방식으로는, 다음 호우 때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Copyrights ⓒ 충무신문 & www.cm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