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사전투표 첫날 발생한 식비대납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통영시선거관리위원회가 K 전 경남도의원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유권해석을 형성해 경찰에 전달하면서도, 같은 사건의 강석주 통영시장(당시 후보)에 대해서는 별도의 소견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시 통영시 무전동의 한 식당에서는 강석주 후보 캠프에서 활동해온 K 전 도의원이 금품을 건네다 시민 신고로 적발됐다. 본지 확인 결과, K 전 도의원은 강석주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으로 부른 것으로 파악됐으며, 강석주 후보는 통화 후 식당을 방문했다가 약 30분 뒤 K 전 도의원이 계산을 마치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지난 8월 10일 K 전 도의원을 검찰에 송치하고, 강석주 후보(당시)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본지는 이 처리 과정에서 통영선관위가 경찰에 어떤 소견을 전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개 질의서를 보냈고, 통영선관위 지도계장으로부터 유선으로 답변을 받았다.
지도계장은 K 전 도의원에 대해서는 "115조(제3자 기부행위) 위반의 현행범으로 판단해, K 씨의 시간대별 동선을 확인한 뒤 그 사실관계와 함께 위반 소견을 경찰 지능수사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강석주 후보(당시)에 대해서는 "K 씨의 전화를 받고 방문했다는 사실관계는 전달했지만, 위반 여부에 대한 소견은 따로 전달한 게 없다"고 답했다.
본지가 별도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통영선관위는 선거 초반 등록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선거법 교육에서 "제3자가 식비를 대납하거나 금품을 전달한 경우, 후보가 그 제공자의 전화를 받고 현장에 왔다면 판례상 유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안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교육에 참석했던 한 전직 후보는 본지에 이같은 설명을 세 차례에 걸쳐 동일하게 확인해줬다.
본지가 이 질의서를 보낸 직후, 지도계장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추가로 해명했다. 그는 함양(또는 합천) 지역의 유사 사례를 들어, "그 사례는 현행범 체포가 아니라 사후 제보를 받아 선관위가 자체 조사를 거쳐 경찰에 고발 조치한 것"이라며 "K 씨의 경우는 선관위 직원이 현장에서 먼저 적발했고, 뒤이어 도착한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해 곧바로 인계됐기 때문에 선관위가 별도로 조사를 하지 않았고, 고발이나 수사의뢰 같은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석주 후보에 대한 위반 여부 판단에 대해서도 "모든 것은 경찰에 문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설명대로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도계장은 앞서 K 전 도의원에 대해 "115조 위반"이라는 구체적인 법 조항까지 짚어 유권해석을 형성해 경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설명처럼 "현행범은 선관위가 따로 조사하지 않고 곧바로 경찰에 넘긴다"는 게 맞다면, 애초에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위반 조항까지 특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아울러 "현행범이면 선관위가 판단을 보류하고 경찰에 맡긴다"는 이번 설명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현행범으로 체포된 K 전 도의원에 대해서도 선관위가 별도의 위반 소견 없이 경찰의 판단에 맡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남는다. 왜 K 전 도의원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유권해석이 형성돼 전달됐는지, 그리고 그 잣대가 강석주 후보(당시)에게는 왜 적용되지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구조적 의문도 짚을 필요가 있다. 선관위는 선거법에 관한 1차적 유권해석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 통상 사후에 제보된 사안은 자체 조사를 거쳐 위반 여부를 판단한 뒤 경찰에 전달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지도계장의 설명대로라면,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경우는 오히려 이 조사·판단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경찰에 인계된다. 이 설명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라면, 현장에서 붙잡힌 사안일수록 선거법 최고 권위 기관인 선관위의 정밀한 법리 검토를 건너뛰게 되고, 반대로 사후에 조용히 제보되는 사안이 오히려 더 꼼꼼한 검토를 받게 되는 셈이다. 현행범 체포가 선관위의 검토를 피해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물음에 대한 답도 필요해 보인다.
강석주 시장은 본투표를 이틀 앞둔 6월 1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안에 대해 직접 해명한 바 있다. 그는 K 전 도의원이 캠프 내 공식 직책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K 전 도의원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다른 일정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답했고, 통화를 끊은 뒤 식당이 사무실에서 100m 거리라는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들러 2~3분 인사만 하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CCTV를 확인하면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본지는 이 CCTV 영상을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으며, 그의 해명이 실제 영상과 부합하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이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남는 지점이 있다. 강석주 시장 본인의 설명에 따르더라도, K 전 도의원의 전화가 없었다면 애초 그 시각 그 식당에 다수의 인원이 모여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할 수 없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도계장이 언급한 함양(또는 합천) 사례의 위반 판단 근거가 "전화를 받지 않고는 그 자리에 올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면, 강석주 후보의 경우에도 같은 질문이 성립하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