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여성 정치인
    •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 통영 정치에서 보기 드문 결단이 있었다. 3선 시의원으로서 시장 도전에 나섰던 배윤주 의원은 경선 없이 후보 단일화를 선택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개인의 기회를 내려놓고 당의 통합과 승리를 택한 것이다.
      정치인의 진가는 앞으로 나아갈 때만큼, 물러설 때의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배윤주 의원에게 그 결단의 순간과 그 이후의 행보를 직접 물었다.


      1. 결단의 순간과 심경

      선당후사, 통영 민주당 승리를 위한 선택

      Q. 통영시 최초의 민주당 3선 여성 시의원으로서 시장 도전은 남다른 무게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당의 중재를 받아들여 경선 없이 강석주 후보 지지 선언을 하셨는데, 결단을 내리기까지 가장 고민하셨던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A.
      통영시 최초의 민주당 소속 3선 시의원이라는 영예는 저 혼자 만든 것이 아닙니다. 통영 시민들과 당원 동지들께서 함께 만들어주신 자리입니다. 저는 시민들과 당원 동지들께서 어떤 시장을 원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통영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장 후보에 도전했습니다.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무엇이 통영을 위한 길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도전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당이 분열된 모습으로 비치거나 시민들께 불안감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에서는 밀고 나가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서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개인의 도전보다 우리 민주당의 통합, 통영의 변화, 그리고 선거 승리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선택은 ‘멸사봉공’에 가까운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내려놓더라도 공동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하는 것이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강석주 후보가 통영시장에 당선되면서, 그 선택이 통영 민주당의 승리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당과 통영을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었다고 자평합니다.


      Q. 정치인에게 도전의 기회를 내려놓는 것은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었을 텐데요. 사퇴 결심을 굳힌 직후의 솔직한 심경, 그리고 이를 지켜보며 아쉬워했던 지지자들에게는 어떤 위로와 설득을 건네셨는지 궁금합니다.

      A.
      솔직히 말씀드리면 많이 아팠습니다. 아무렇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만큼, 통영 시민들께 제가 생각하는 통영의 미래를 직접 말씀드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여성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현장에서 오래 일해 온 시의원으로서 새로운 관점에서 시정의 변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께서 많이 아쉬워하셨습니다. “끝까지 가보지 왜 내려놓느냐”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고, 또 한편으로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그분들께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포기한 것이 아니라, 통영을 위해 다른 방식의 책임을 선택한 것입니다. 배윤주의 정치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도전을 내려놓은 뒤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캠프에서 맡은 역할을 다했고, 통영에서는 강석주 후보의 당선을 위해 함께 뛰었습니다. 지지자들의 아쉬움을 잊지 않고, 그 마음이 헛되지 않도록 책임 있게 행동하려 했습니다.


      Q. 이번 결단을 두고 ‘멸사봉공’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개인의 정치적 야망보다 당의 승리와 통합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었던 배 의원님만의 정치 철학이나 원동력은 어디에 있습니까?

      A.
      정치는 결국 시민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에게 개인적인 꿈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더 큰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이 시민께 혼란을 드리거나 당을 갈라놓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멸사봉공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제게는 매우 현실적인 정치 자세입니다. 나를 잠시 내려놓더라도 공동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은 앞에 설 때도 평가받지만, 물러설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로도 평가받습니다. 저는 이번 선택이 부끄럽지 않은 뒷모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2. 내려놓음 이후의 성찰

      물러섬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의 시작

      Q. 시장 후보 출마를 준비하고 또 내려놓는 과정에서, 스스로 ‘정치인 배윤주’로서 조금 더 채워야 할 부족함이나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느끼셨습니까?

      A.
      이번 과정을 통해 더 넓은 시야와 더 깊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의원으로서 저는 시민들의 생활 현장 가까이에서 일해 왔습니다. 골목의 민원, 복지의 사각지대, 지역 상권과 관광의 어려움, 시민들의 일상 속 문제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자리는 현장성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도시 전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 행정을 이끌어가는 리더십, 산업과 재정, 인구와 복지, 관광과 청년 정책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번 도전은 제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닫게 해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족함을 아는 것은 좌절이 아니라 성장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공부하고, 더 듣고, 더 준비하겠습니다.


      Q. 흔히 실패나 양보를 통해 더 큰 정치를 배운다고 합니다. 이번 결단 과정이 정치인으로서 본인을 어떻게 변화시켰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책임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선택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치는 혼자 앞서가는 일이 아니라 함께 갈 길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을 더 깊이 느꼈습니다.

      저는 이번에 물러났지만 뒤로 숨지 않았습니다. 강석주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이후에도 통영 현장을 지켰고,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캠프에서도 맡은 역할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강석주 후보가 통영시장에 당선되었습니다. 제 결단이 그 통합과 승리의 과정에 작은 힘이라도 되었을 것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정치인으로서 큰 보람입니다.

      이번 일은 제게 실패가 아니라 더 큰 정치를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자리보다 책임이 먼저라는 정치의 기준을 더 분명히 갖게 되었습니다.

      정치는 나아갈 때보다 물러설 때 더 많은 것을 드러낸다. 배윤주 의원은 그 순간을 부끄럽지 않게 통과했다. 그가 다음에 어떤 자리에 서든, 이번 뒷모습은 그 앞모습보다 먼저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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