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타의 철학적 인식론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포스트모던 철학의 인식론도 교육의 지식 획득 활동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는 데 바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스트모던 철학의 인식론은, 나중에 드러나겠듯이, 지식 획득 활동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지금부터 여러 회에 걸쳐 포스트모던 철학의 인식론이 가진 특징들을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다.
포스트모던 철학의 인식론을 설명할 때 많은 강의자들이 즐겨 활용하는 시가 한 편 있는데, 독자분들 모두에게 친숙한 김춘수 시인의 '꽃'이 그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포스트모던 철학의 인식론적 특징을 공부하고 나서 위의 시를 다시 읽어보면, 감탄하지 않을 독자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 시에 대한 철학적 해설은 실재론적 인식론과 칸트의 인식론을 간단히 이해한 이후로 미루자. 그래야 포스트모던 철학의 인식론적 특징이 선명해지고 이 시의 해석도 맛을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